제레미의 OTT NEWS
[루머]99불 Apple TV는 Google TV와 정반대전략! “숙주모델” 본문
Google TV가 공식 선언된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이번엔 <99불 Apple TV>로 떠들석하다. 일관된 관점(View Point)를 견지하지 못하면 IT세계는 온통 구글과 애플이 만들어내는 이슈 속에 요동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특히 TV 처럼 IT의 관심권 밖에 있던 미완의 범주는 금방이라도 글로벌 기업들의 비전에 급작스런 변화를 일으킬것만 같다.
모바일, PC, TV가 각자의 영토안에서만 자웅을 겨루던 시대는 끝이 났다. 그러나 뚜렷한 전략이 없다면 결코 쉽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작금의 Apple TV나 구글티비가 겨루는 스마트TV 전쟁은 애플과 구글이 자사의 강점을 활용하여 자기식대로 고객을 장악하려는 정반대의 전략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점을 분석하다보면 한국의 기업들이 애플과 구글의 이슈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일관된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는 구글티비가 스마트TV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는 했지만 TV 본연의 매체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요란한 빈수레”로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Apple TV에 대한 루머가 흘러나왔다. 아마도 적기마다 이슈를 만들기 좋아하는 미국 IT 업계의 정보 전쟁으로 보이는 이 루머는 설사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스마트TV에 새로운 방향을 던져주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Apple TV는 애플의 실패 모델 중 하나였다. TV와 연결하여 아이튠즈에서 영상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시청할 수 있는 셋톱박스인 Apple TV는 다소 단방향적인 셋톱박스로 아이팟이나 아이폰 처럼 생명을 지닌 단말기가 아니였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 시장에 출시된 Apple TV는 디지털케이블이나 TIVO등 DVR 셋톱박스에 비해 차별화도 적고 콘텐츠도 적었기 때문에 성공하기에 역부족이었다.
2010년 초 미국의 IT 언론들은 애플이 Apple TV를 완전히 매장하고 아예 TV 자체를 생산하지 않겠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N-Screen 전략의 완성으로 TV 단말기 자체를 만들 수 있다는 루머는 TV가전사들을 긴장시켰고 아이패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하자 더욱 그러싸할 전략처럼 평가받아왔다. 더구나 아이튠즈의 영상 콘텐츠로 30불 수준의 월정액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소식과 네트워크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LaLa라는 음악 스트리밍 회사를 인수한 뉴스는 이를 더 신빙성있게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Apple TV라는 셋톱박스, 그것도 죽어가는 자식을 다시 살린다는 루머가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Apple TV와는 달리 이번에 루머도 떠도는 Apple TV는 아이폰 OS를 탑재하고 아이폰과 동일한 A4 CPU를 가진 16GB 수준의 작은 하드디스크를 가진 99불 짜리 저가 셋톱박스이다. 이는 세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아이폰 OS 4.0를 탑재하여 아이폰, 아이패드와 동일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바일의 OS를 TV로 이식하여 아이튠즈의 영상은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콘트롤 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을 리모컨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플리케이션의 호환도 가능할 것이다.
두번째는 스트리밍 모델을 택하여 16메가의 저용량 셋톱박스라고 해도 충분히 TV로 영상 시청이 가능하고 영상 시청 중 이를 아이패드로 보내거나 반대로 아이패드로 시청하면서 TV를 통해 소셜네트워킹이 가능한 소셜티비(Social TV)가 구현 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서비스로 N-Screen 클라우드가 완성된 모습이다.
세번째는 고객이 직접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셋톱박스 가격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인 99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ROKU 와 같은 단순 연결형 셋톱박스도 199불이 최저가이다. 아이폰과 동일 CPU 성능에 99불이라는 셋톱박스 가격은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엇보다 아이폰, 아이패드등 애플의 제품을 보유한 미국의 수천만 애플 이용자들이 1차 타겟이 될것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5%를 보유한 애플의 소위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활용하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장 돌파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루머에 불과한 Apple TV 전략이 구글티비와 정반대 전략인 이유는 무엇인가?
구글티비는 “웹과 TV의 만남” 이라는 “TV안의 인터넷”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의 아톰(ATOM) 칩셋을 선택했다는 점은 PC의 성능을 벤치마킹 한것으로 웹의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것이고 TV 자체가 고성능으로 무장한 전략이다. (물론 블루레이플레이어등 셋톱박스 전략도 동시에 활용한다) 한마디로 “TV의 성능 극대화” 전략이다.
그런데 99불 Apple TV는 아이폰과 성능을 동일화 시키지만 웹 연결 기능등을 위한 장치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즉 “TV의 능력 최소화(최적화)”를 지향하고 나머지 능력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활용하겠다는 소위 “숙주 전략” 이다.
Google TV는 영상 콘텐츠를 오픈마켓(Open Market) 형식으로 수혈받는다. 훌루, 넷플릭스등이 구글티비를 위해 문을 열여야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반면 Apple TV는 이미 방송국과 헐리우드의 핵심 콘텐츠를 모두 보유한 폐쇄형 유통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TV의 핵심 소비 행위가 영상 시청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볼 때 영상 콘텐츠의 퀄리티나 양적 측면은 Apple TV가 한 수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Apple TV의 루머가 단순히 루머에 그치고 당초의 예상처럼 애플이 직접 애플의 혼이 담긴 TV를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루머의 진위에 상관 없이 99불 Apple TV의 의미는 스마트TV가 TV자체가 스마트한 능력으로 무장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부터 능력치는 나누어 가지는 “숙주 모델” 로도 스마트TV 전략이 가능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IT 업계의 전문가들과 아이패드를 이슈로한 사적 토론회에 참석한 바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TV가 스마트화 되는 것은 TV의 수동성 때문에 제약이 클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TV시청 행위는 수동적이라도 시청 중에 일어나는 스마트폰, 아이패등을 통한 병행적 미디어 소비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므로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TV를 스마트하게 일깨울 수 있다는 것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한다. 이러한 평가는 99불 Apple TV 루머가 현실적 전략임을 반증하는 견해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관점에 따라 전략은 결정된다. TV가전사 입장에선 당연히 스마트TV로 능력치를 극대화 하는 전략이 옳다. 새롭게 TV를 구매하려는 고객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존의 케이블이나 IPTV 처럼 고객들이 어떤 TV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TV에 셋톱박스를 연결하려는 사업자들에게는 99불 Apple TV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TV 자체를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화 시키려는 거창한 플랫폼 전략과 모바일과 태블릿과 유연하게 연결시키기 위한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전략이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할것이다.
영화 트랜스포머가 떠오른다. 귀여운 차 범블비는 그 보다 능력이 뛰어난 옵티머스의 보호하에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 99불 Apple TV는 범블비 정도의 능력치로 스마트TV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99불이 사실이라면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장악한 괴물 애플이 이용자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만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음을 반증하는것이다. 무서운 기업이다.
모바일, PC, TV가 하나의 생태계에 묶이는 N-Screen 전략은 다양한 해법으로 고객들을 장악하기 위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전략, 몇 개의 기업들만이 세상을 평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작은 루머라도 위기보다 기회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