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의 OTT NEWS
Google TV는 왜 요란한 빈수레인가? 본문
구글은 ‘이슈 메이커’ 임에는 틀림없다. 한국 시간으로 석가탄신일 새벽에 발표된 Google TV는 한국의 언론에 찬사의 변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본래 언론의 시각은 이슈에 집중하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Google TV가 마치 스마트TV의 최초 시도로 TV의 미래를 여는 기준 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치자. 그러나 IT와 모바일, 단말기, TV 의 디지털 변화와 함께 하는 업계의 종사자로서 조금더 이성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Google TV가 의미있는 시도라는 점에는 동감한다. OS와 플랫폼간의 경쟁이 한창이고 개방형 생태계가 콘텐츠가 단말기와 컨텐츠의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IT 비즈니스에서 TV의 진보는 모든 사업자들에게 유혹의 땅이다. “TV와 웹이 만나고 웹이 TV를 만난다”는 Google TV의 모토는 신선해보인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TV에 적합한 어플리케이션을 전세계의 개발자들에게 수혈받는 다면 TV는 이제 모바일과 한 배를 타고 신천지로 달려갈것만 같을 것이다.
사진출처 : 5/21 경향신문
Google TV의 비전과 목표는 기술이 진보하는 방향이기 때문에 부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웬지 이들의 주장은 웬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고 조각조각 쪼개어 보면 이미 구현되고 있는 것들이다. 지금 언론이 찬사를 보내는 몇가지 언어들은 한국에서만도 7년전 디지털케이블이 출범할 당시, 3년전 IPTV가 출범할 당시,2년전 인텔이 TV위젯을 발표할 당시에도 등장한 것이다.
TV는 이미 멀게는 15년전 (미국) 가깝게는 9년전 (한국) 부터 디지털화가 시작되었다. TV가 디지털화가 시작되면서 첫번째 고민은 시간에 맞추어서 방송채널을 시청해야하는 올드미디어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나 DVR(Digital Video Recorder)이다.
두번째 고민은 방송 콘텐츠 이외의 인터넷 콘텐츠를 TV에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데이터방송, TV인터넷, TV위젯 같은 것들이 결과물이다. 한국의 디지털케이블은 다음과 제휴하여 TV검색을 KT의 IPTV는 네이버와 제휴하여 TV시청 도중 검색창을 TV 스크린위에 올릴 수 있다.
15년과 9년의 이러한 변화 과정 동안 미국은 전체 TV 수신가구의 70%가 디지털로 전환하였고 한국은 3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전체 모바일 이용자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 이는 TV가 대단히 수동적 매체임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수동적 매체이기 때문에 TV는 완만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런데 TV업계의 가장 메이저 사업자인 케이블은 TV의 이용자들이 연령별로 양극화되고 있고 PC나 모바일을 통한 영상 시청 행위가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새로운 룰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 결과가 훌루닷컴이나 미국 케이블, IPTV 사업자들의 “TV Everywhere” 모델이다.
케이블이나 IPTV등은 거실 매체로서의 TV는 완만한 변화를, PC나 모바일은 이보다는 빠르게 진보한다고 보며 각기 다른 속도로 단말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어느 블로거의 주장처럼 “TV의 하드웨어에 인터넷을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TV콘텐츠가 인터넷과 결합될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해 왔다. N-Screen전략, 소셜티비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연결 TV가 자연스러운 기술 진보로 등장하자 단말 제조사들은 ‘스마트단말기’로서 스마트TV를 추진하기 위해 경쟁구도를 만들기를 원하였다. 삼성전자의 AppsTV나 LG전자의 스마트TV등이 그것이다. 이들이 채택한 차별화는 인터넷 콘텐츠를 TV로 가져오는 것이다. 가전사들의 스마트TV의 프로토타입(Prototype)들에는 Google TV가 발표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구글의 냄새가 덜 날 뿐이다.
Google TV에는 방송채널을 시청하다가 방송 콘텐츠를 검색하면 TV뿐만 아니라 훌루닷컴이나 아마존등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검색하는 서비스가 등장한다. 훌루닷컴을 보유한 미국의 케이블업계가 통합검색을 몰라서 시도하지 않는것일까?
사진 : Google TV의 통합 TV-Web 통합 가이드
TV와 인터넷을 융합하는 방법이 TV 스크린의 복잡도를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TV와 PC,모바일등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케이블 업계는 지난 10년간 유지되었던 디지털TV의 UX를 혁신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미국의 4위 케이블사인 COX는 Tri UI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채널과, VOD, DVR콘텐츠의 통합 모델이다. 여기에 인터넷 동영상이나 검색 서비스를 결합한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2단계로 남겨져있다. Google TV의 고민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는 점이다.
별반 차별화가 없는 Google TV는 이 시점에서 왜 등장했을까?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조급성,구글 스스로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영웅주의?
필자는 평소 Google TV가 TV의 수동성을 깨고 새로운 TV의 변화를 일으켜줄 룰메이커(rule maker)로서 무언가를 기대해왔다.
2010/03/21 - [TV 2.0 & 미디어2.0] - 구글TV! TV의 수동성을 깰 수 있는 전술 필요!
2010/05/18 - [TV 2.0 & 미디어2.0] - 구글TV가 TV의 희망인가?[5/21구글TV발표 前]
2008/12/01 - [User Experience 2.0] - 구글의 음성검색을 TV로 가져오자!
Google TV는 애플의 아이패드 처럼 룰체인저 라는 평가보다 룰팔로어(rule follower)라 불러야 마땅하다. Google TV는 제휴가 없으면 스스로 끌고갈 수 없다.
룰팔로어(rule follower)로서 구글이 노리는 것은 광고 시장의 확장이다. 문제는 소니등 TV가전사들과의 제휴만으로는 영토확장이 묘연하다는 점이다.(물론 미국의 위성사업자인 DISH와 손을 잡았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삼성, LG등 TV가전사의 메이저들이 Google TV를 채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구글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검색이나 플러그인, 유투브등을 제외한다면 구글이 아니라도 이미 제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케이블이 Google TV를 선택해야한다고 주장했던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재의 Google TV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고 구글만으로만 가능한 생태게는 아니다.
'구글' 브랜드의 매력도만 빼고..
모바일은 애플이던 구글이던 새로운 룰을 만들어 끌고 가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바일의 이용자는 90%의 시간을 음성통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TV는 다르다. 영상 시청이 TV매체의 90% 시간으로 채워진다. 고화질, 고기능의 TV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고기능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상 시청 도중 언제라도 웹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7년~10년에 한번씩 TV를 바꾸는게 현실이다.
스마트폰은 어얼리어댑터로 불리우는 적극적 이용자들의 행태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TV는 모바일과는 다르다. Google TV는 일부 구글 애호가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스파르타쿠스와 자이언트 에 열광하는 TV 콘텐츠 열광자들에겐 ‘공부가 필요한 생각하는 기계’일 뿐이다.
물론 이제 1막이 올랐을 뿐이니 Google TV의 진보를 더 지켜보아야한다. 그래도 구글아닌가? 안드로이드 마켓에 수많은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이 어떤 세상을 만들지 속단해서는 안된다.
케이블, IPTV등 기존 TV 진영은 “TV와 웹이 만난다”는 Google TV의 모토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변화 수준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TV 콘텐츠는 웹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1등 구글이 일깨워준 새로운 아젠다이다. 변화의 속도는 제어할 수 있지만 변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