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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를 해석하는 2가지 시각:TV와 TV소비 경험! 본문
스마트TV가 다시 열기를 띄고 있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생태계, IT 서비스 심지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스마트TV에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스마트TV는 스마트폰 처럼 TV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과 TV는 본래 스마트해질 수 없는 수동적 매체이므로 급격한 변화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러한 논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마트TV를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스마트TV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로서의 TV> 와 <TV 소비 경험 , 즉 TV Experience>를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하드웨어로서의 TV는 가전사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TV 수상기 자체를 일컫는다. 기술 변화에 따라 TV는 화질과 고기능등 외형적 변신 뿐 아니라 인터넷 연결을 통해 콘텐츠 게이트 웨이를 확보하게 되었다. 모바일 생태계의 앱스토어 모델도 수용하고 Skype등 인터넷 전화도 연결하여 융합의 요체가 되어가고 있다.
TV 가전사들은 지금까지 화질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디자인 등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약간의 신기술등을 동반하여 서로의 시장 질서를 지켜왔고 LCD, LED 등 기술방식의 채택이 늦었던 소니나 파나소닉등은 마켓 쉐어를 빼앗기는 등의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TV 가전사들의 기술 로드맵에서 지금 이시점은 ‘스마트TV’ 라는 카테고리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특히 기술의 차별화 요소가 별로 없다는 TV 업계의 공통의 현실 때문에 더욱 스마트TV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TV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자면 스마트TV가 성공할 것이냐 말것이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10여년 전 HD TV가 대세가 될것이냐 말것이냐는 논쟁과 같은 논리이다.
문제는 스마트TV가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느냐는 것. 혁명적 변화는 무엇으로 측정 가능한가? 스마트폰이 피처폰을 어떻게 대체해 나가느냐 확산 속도로 평가하듯 스마트TV도 기존의 구식 TV를 빠르게 대체해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척도가 될것이다.
얼마전 Fast Company에서 보면 스마트TV가 기존의 TV 교체 주기를 8년에서 5년으로 당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HD, LED, 3D와 같은 TV의 변신이 TV 교체 주기를 몇 년이나 바꾸어 놓았을까? 이러한 기술의 변화가 10년 동안 이루어졌으나 10년 사이 TV 교체 주기는 1년 정도 빨라졌을 뿐이다. 특히 “TV는 기다리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구매 경험이 확산되면서 고객들은 TV 구매 시점을 점점 늦추는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혹시 스마트TV가 신규 수요를 창출 할 수는 없을까? TV가 없는 고객, TV를 1대 더 구매하는 고객! 그러나 이것을 가히 불가능하다. 왜 그런가?
여기에 스마트TV를 해석하는 두번째 방법론이 숨어있다.
스마트TV는 TV만 있으면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스마트TV만 있으면 다른 방법론은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TV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케이블, IPTV등 기존 미디어를 보완 또는 대체하는 방식으로 TV를 점차 벗어나고 있다. 모바일, 태블릿등 N-Screen 형 콘텐츠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TV는 이런 시청자들의 경험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스마트TV는 <TV 소비 경험>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 이런면에서 스마트TV는 교체수요가 아닌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매우 어렵다.
현재 스마트TV가 가지고 있는 경쟁 수준은 과거 지상파 VOD로 유료방송을 공략한 하나TV의 50% 수준이다. 케이블과 IPTV를 극복하는데는 한참 모자란다.
이런 면에서 AppleTV의 99불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스티브잡스가 자신들의 TV 전략을 “hobby”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이유는 TV에 매달려 있는 셋톱박스가 보조금 방식의 대여 (월정액을 지불하면 케이블 회사가 대여해주는 방식) 를 버리지 않는 이상 TV 시장은 들어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다.
그런데 99불로 가격을 내리고 99센트 TV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TV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 가전사들의 스마트TV가 “새 TV” 전략 이라면 AppleTV는 “헌 TV 전략”이다. 기존 TV에 매달려 있는 다양한 셋톱박스(케이블, IPTV, 게임콘솔등) 와 직접 경쟁을 시도한 것이다. <TV 소비 경험>의 메이저 영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AirPlay 라는 기능은 N-Screen으로 확산 되는 <TV 소비 경험>을 애플의 영토로 끌어안기 위한 서비스로 이해하면 된다.
아울러 “헌 TV”에 AppleTV의 소비 경험을 심어 이후 TV 수상기까지 직접 유통할 수 있는 사전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구글TV는 셋톱박스와 TV를 출시하여 “새TV 전략과 헌TV 전략”을 모두 취하려 한다. )
TV 와 스마트 패드를 연계한 시청 모습(TV 영상 증강현실)
그러나 현재 가전사들의 스마트TV 전략은 "시장 수성 전략 " 이지 "시장 창출 전략"은 아니다.
가전사들이 스마트폰 처럼 영토의 경계를 허물고 이민족의 침략을 지키고 오히려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로서의 TV를 넘어, TV 소비 경험을 연결하는 매개로서의 TV를 이해해야 한다.
가전사들은 스마트TV 분야에 있어서도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가전달의 조직은 TV사업부, 모바일 사업부 방식으로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육성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TV만 고민하는 조직, 모바일만 고민하는 조직을 만들어놓고 두 조직간에 실적 경쟁을 시킨다면 고객들의 역동적 TV 소비 행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과 같다.
아울러 콘텐츠 소비와 유통 영역을 하드웨어의 부가적 요소로만 본다면 스마트TV는 현재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수십조 매출에 달하는 가전사가 몇천억에 불과한 콘텐츠 산업을 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스마트TV 담론은 스마트폰과 달라야 한다. TV라는 하드웨어가 스마트한 것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TV 소비 행위가 스마트해지는 것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한다.
TV의 미래는 TV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