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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회사 ‘가족요금제’ 성공할까? OR 단순 마케팅? 본문
최근 통신회사들의 가격 경쟁이 소위 ‘가족 요금제’로 불이 붙고 있다. 가족 요금제는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방송(IPTV),모바일 상품의 묶음으로 통신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무선 상품을 통합적으로 묶으면서 할인율을 대폭 높이는 장점이 있다. 3가지를 묶으면 TPS , 4가지 상품을 묶으면 QPS 상품이 된다.
이전의 4가지 묶음의 결합상품(QPS)은 2명, 3명 가입시 단계적으로 기본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쉬운 상품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의 QPS는 ‘가족 요금제’ 라는 마케팅 슬로건에서도 보듯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액제 요금제를 만들어서 6만원, 10만원 식으로 3인 가족이 통합적으로 묶었을 경우 “얼마” 라는 식(KT, LG) 이거나 SK텔레콤은 3명이상 묶으면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가 공짜라는 식으로 아예 상품을 통째로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련 기사 보기)
사진 출처 : 머니투데이
가구의 통신 비용 통신 부담이 대폭 낮아져 다양한 통신 상품을 이용할 수 있으니 통신회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조금은 비약적 주장을 하기도 한다.
과연 가족 요금제는 통신회사들이 가구의 통신 비용을 낮추어 가계부담을 경감시키려는 후생(厚生) 적 의지에서 출발한것인가?
속을 들여다 보면 통신회사들의 경쟁은 자사의 주력 상품을 시장에서 사수하려는 성숙기 시장의 전략이다.
무선 통신 시장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무선 시장을 지키기 위해 초고속 인터넷이나 IPTV를 공짜로 끼워팔려는 ‘강수’를 두고 있고, KT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지키기 위해 IPTV를 일부 희생하려 한다. LG U+는 유무선 시장에서 3위 사업자로 과감한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자 한다. 아울러 인터넷 전화 시장과 IPTV에서 케이블 회사들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무선 통신 상품이 없는 케이블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유선과 무선 통신의 통합상품(QPS)의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에 경우도 아직은 성공을 점치기란 쉽지 않다.
첫번째 이유는 유선 통신이 가족 단위 상품이지만 무선 통신은 개인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할인이라는 장점에 비해 묶음 상품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여 판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IPTV등이 주로 콜센터나 외부 영업 유통점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을 하는 반면, 모바일은 전문 매장에서 판매한다. 유선과 무선의 각기 다른 유통망의 특성 때문에 통합상품(QPS)을 판매할 수 있는 주력 유통망이 애매한 실정이다.
통신회사들은 특히 모바일 유통점에 큰 기대를 걸어보지만 유통점에 주로 방문하는 고객들은 20, 30대 연령으로 초고속인터넷과 IPTV, 집전화 상품을 구매하는 계층이 아니기 때문에 애써 가족요금제를 설명하더라도 자신의 부모님을 설득해야하는 ‘마케팅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세번째는 가족 요금제는 실질적으로 3인 이상 가구가 혜택 폭이 크다. 그러나 3인 이상 가구는 전체 가입자의 30% 미만으로 ‘가족 요금제’는 화려한 광고에 비해 수혜 집단이 많지 않다.
최근 통신회사의 마케팅에서 초고속인터넷 광고는 사라졌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속도 경쟁등 제품의 품질도 균등해졌다는 반증이며 고객이 생각하는 ‘인식의 사다리’ 안에 1위, 2위, 3위 사업자가 명확히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송 시장도 유사하다. IPTV는 케이블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방송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족 요금제가 탄생한 것이다.
가족 요금제 등을 통해 가격 경쟁이 심화된다는 뜻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과 상품 차별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통신회사들의 ‘가족요금제’는 유선 상품의 비차별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기술의 변화와 트렌드 형성이 용이한 스마트폰, 와이파이등 무선 상품을 레버리지(leverage)로 활용하겠다는 우회 전략에 불과하다. 가족요금제와 와이파이 마케팅이 두축을 이루고 있는 이유이다.
가족요금제의 출현을 국민 후생을 위한 대국적 결정 처럼 포장하려 하지만 결국 이것은 통신회사들이 선택한 마케팅 전략의 한 방편일 뿐이다. 그래서 ‘가족 요금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1위,2위,3위 사업자를 고착화시키거나 시장 점유율 1~2%를 뺏고 뺏는 상황이 연출될 뿐이다.
마케팅 전략의 성공은 마케팅 물량(광고, 유통, 프로모션 비용) 으로 결정나는 것 같지만 결국 ‘고객의 선택’이 핵심 열쇠이다. 가격경쟁이 아닌 상품 경쟁이 마케팅의 정공법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