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의 OTT NEWS
디지털 페니 시대의 미디어법 본문
8/1 발행된 선일보 Weekly Biz에 커버스토리는 오길비, TNS, 밀워드브라운을 거느린 광고, 마케팅 재벌 기업인 WPP의 총수 마틴 소렐의 인터뷰 기사이다. 마틴은 세계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바뀔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하고 있다.
TV와 아날로그 달러
그러나 뉴미디어는 수익을 만드는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트위터를 위시하여 뉴미디어 반열에 오른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들은 구글등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문자와 트래픽의 숫자로 기업을 운영하는 뉴미디어가 수익을 내는데는 앞으로도 5~6년은 족히 걸릴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동안 전통 매체는 뉴미디어와의 융합과 재통합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미디어에 관한 글로벌 트렌드는 “올드미디어의 추락”에 초점이 있기 보다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통합과 융합이라는 발전적 대안을 주목해야 할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법 통과에 따른 정치, 사회적 홍역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미디어 관련 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미디어법에 관한 견해를 밝히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만큼 객관적 시각이 무엇인지 어렵게 때문일 것이다.
마틴의 인터뷰에서 미디어법 통과에 관한 의견을 묻자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국의 미디어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방송과 신문등 미디어간 교차소유의 완화, 종합편성채널의 허용등 콘텐츠 지형의 확장등은 새로운 미디어의 준비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미디어법 논란의 어디에도 뉴미디어에 관한 고민은 부족하다. 방송과 신문의 교차 소유, 지상파의 대기업 진입 허용등은 올드미디어 지형의 여론 독점과 소유에 관한 고민이다. 종합편성채널도 전통매체의 질서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올드미디어의 서자가 아닌가. 케이블이나 IPTV에 의무재전송이 된다고 해서 종합편성 채널이 뉴미디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물론 뉴미디어에 관한 고민은 미디어법에 관한 문제라기 보다는 다양한 미디어의 울타리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뉴미디어가 더욱 판을 크게 키워나가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해나갈 때 즈음 되어야 법적 지원이나 규제의 고민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하루에도 몇 개씩 미디어법 후속 조치나 종합편성채널에 관한 예측 기사, 그리고 미디어법 무효 논란등에 얽힌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진다. 미디어법의 실체는 전통매체의 질서를 약간 변형시켜 수익의 파이와 여론의 힘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이데올로기의 전파력을 나누어 가지겠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누군가의 밥그릇이 작아지고 새로운 집단의 여론 장악력이 커지는 것이 현실이다. 당분간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미디어법의 딱딱한 논리대로 지상파의 새 주인과 종합편성 채널의 새로운 오락과 이데올로기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할까?
수동적 TV 클릭커는 점차 줄어들고있음
이미 TV나 신문 콘텐츠의 30% 이상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등으로 소비하는 뉴미디어 이용 환경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아울러 직접 오락, 보도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작하여 직접 유통시키고 여론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시대이다.
디지털 페니 시대에 아날로그 달러를 아무리 새돈으로 교체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미 페니를 쓰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통매체의 질서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별 불편함 없이 지혜롭게 미디어는 이용될 것이다.
미디어법에 대한 논란에서 더 이상 이용자들을 단순한 객체로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북과 장구를 쳐대면서 큰소리로 떠들어되면 아무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그런 밴드웨곤 효과 (bandwagon effect)는 뉴미디어 시대의 이용자들에게 맞지 않는다. 미디어법에 관한 논쟁은 이제 전통매체와 뉴미디어 간의 융합에 대한 고민으로 지형을 확장해야 할것이다.
미디어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 그리고 여론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을 어떻게 사야할지 기준 자체가 바뀌어가는 뉴미디어의 시대에 언제까지 그 그릇이 깨질것을 두려워하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