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의 OTT NEWS
DVD자판기 Redbox 한국에 온다면? 본문
한국에서 렌탈(대여) DVD 시장은 점차 죽어가고 있다. 해운대 불법 다운로드 파일이 유포되면서 블랙마켓의 DVD가 날개 돋힌듯 팔리는 걸 보면서 DVD 시장의 흥망이 모래성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운대 불법 DVD 판매 기사 보기)
불법으로 판매되는 가짜 DVD
DVD 시장의 활성화는 영화등 콘텐츠 시장의 합법적인 부가 유통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영화는 DVD, 비디오를 거쳐 수익을 재창조 한다. 디지털이 대세가된 요즘에는 케이블, IPTV등이 제공하는 TV VOD에 우선권을 내어주고 훌루, 아이튠즈 등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가 또 한자리를 차지한다. DVD는 소장용과 대여용으로 나뉠 수 있는데 콘텐츠 오너 입장에서야 마진율이 높은 소장용 DVD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하면서 대여용 DVD 시장이 날로 성장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한국에는 이미 소장용, 대여용 시장 모두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미국에는 특히 대여용 시장이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인터넷 우편 대여 사업자인 넷플릭스등이 시장의 36%,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거느린 블록버스터가 45%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DVD 대여 시장을 뒤 흔들고 있는 사업자가 등장하였다. 단돈 1달러면 DVD 자판기 에서 DVD를 대여할 수 있는 Redbox가 대표 주자다.
9월 7일 뉴욕타임즈는 Redbox가 영화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를 제언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Redbox는 미국 전역에 올해말까지 22,000개의 자판기를 마트나 패스트푸드 식당 주변에 설치할 계획이다. 통상 블록버스터 샵에서 DVD대여가 4.99 불인데 반해 1일에 1불이면 DVD를 대여할 수 있다. 대여점이 집을 중심으로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것에 반해 DVD 자판기는 먼 곳에 위치하여 대여 시점에야 마트등에 볼일이 있어 큰 불편함이 없지만 반납의 경우에는 다시 다녀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경기불황으로 1달러 DVD자판기는 매우 성공적인 정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소장용 DVD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13.5% 감소한 반면 대여 DVD 수입은 8% 증가하였는데 경기불황의 원인도 있지만 DVD 자판기가 상승을 부추긴 결과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DVD 자판기를 두고 2개의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20th FOX, Warner Brothers, Univeral 은 Redbox가 DVD 판매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걱정하여 DVD 출시 후 28일이 경과하기 전에는 Redbox에 DVD를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반면 SONY와 Paramount는 Redbox과 DVD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디즈니는 제3의 DVD 배급자들에게 Redbox 유통을 허락함으로써 간접적으로 Redbox 를 수용하였다.
Redbox는 앞서 언급한 DVD 자판가 반대 영화사들을 <Antitrust> 조항으로 미국의 공정개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이다.
사업자들의 동향을 보면 미국의 1위 비디오 대여 사업자인 Blockbuster는 유사한 DVD 자판기 사업을 시작하였고 Netflix는 비디오 시장을 위협할 가장 큰 사업모델로 DVD 자판기등을 포함한 KIOSK 사업을 꼽고 있다. 단순 DVD 자판기를 넘어 KIOSK 샵이나 공항 등지에서 모바일 기기나 휴대용 저장 장치에 다운로드를 받는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어 가능성이 큰 분야로 보고 있다.
Blockbuster의 DVD 자판기
이렇게 영화 부가 유통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DVD 자판기 사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지대에 존재하는 사업모델이다. 이용자들의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존재함으로써 기존 DVD 대여 시장의 접근성을 늘리고 1달러 마케팅을 통해 가격대에 대한 장벽을 대폭 낮추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DVD 시장이 아직까지 건재한 상황에서 구매 방식을 다양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Redbox의 주장처럼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 서서히 위협을 받고 있는 DVD 대여사업을 가파르게 무너뜨릴 수도 있는 시장 파괴적 사업 모델일 수도 있다.
DVD 자판기 사업이 한국 시장에 도입 된다면 DVD 시장을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죽어버린 수요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서 TV를 보유한 가구중 DVD 플레이어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TV 보유가구의 40% 수준이다.(미국은 75% 이상) DVD 시장이 점차 위축되면 앞으로 TV와 동시에 DVD플레이어를 구입하거나 DVD 플레이어를 단독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다. 자연스럽게 DVD 시장도 따라서 줄어든다. Redbox가 성공한다면 DVD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DVD 플레이어와 Next버전인 Blu-ray의 도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DVD 자판기가 성공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동네 곳곳에서도 쉽게 대여할 수 있는 DVD를 구지 마트 주변의 자판기에서 천원정도 싸다고 해서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미국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성공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화사들이 이미 DVD 보다 TV VOD에 먼저 공급하는 프리미엄 VOD가 관행화되면서 DVD의 가치도 줄어들었다. DVD 시장이 디지털 사업 모델의 다양성과 케이블,IPTV, 인터넷 사업자들간의 판권 경쟁으로 지속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현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합법적 공간의 부가 유통 사업이 다양화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불법 다운로드가 활개 치는 한국의 현실에서 DVD가 재탄생하는 것은 집안에 잠자고 있는 DVD플레이어를 깨워 합법적 콘텐츠 소비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DVD 자판기와 같은 변종 사업모델이 절실히 필요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아닐까? DVD 자판기는 단순 자판기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모바일이나 휴대용 저장장치 다운로드 서비스로 까지 발전이 가능한 디지털 노마드에 적합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Redbox의 창업자 Mitch Lowe는 수십년전 DVD가 출현하기 이전에 Video 테입으로도 자판기 사업을 시작한바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일반화되기 이전이고 Video 테입이 자판기에서 작동되는 과정에서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 실패를 맞이했다. 그의 꿈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재탄생하게 된것이다. 자판기에 목숨을 건 사업가의 모험이 성공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