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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에 "님"은 없었다!

jeremy797 2008. 7. 26. 17:34

님은 먼곳에는 베트남을 소재로 한다.  본격적인 전쟁영화가 아니다.  애국심과 반전 코드로 묵직한 감동이나 이데올로기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순이의 당당함은 2008년도 식 여성상
순이(수애)와 상길(엄태웅)의 선이 굵은 사랑이야기도 이 영화의 중요 소재는 아니다.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는 어느 무모한 여인의 라이언일병 구하기 라고 해야할까.  여기에 위문공연단이라는 전쟁의 외곽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놀이적 시각으로 전쟁속으로 들어간다.
김추자의 옛곡. "님은 먼곳에"가 울려퍼지는 헬기 밖 베트남의 전경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순이의 시각에서 전쟁은 이유없이 죽어가는 베트남 양민과 해맑게 웃어주는 베트남 소녀의 가여운 현실을 뺏아가는 원인 모를 슬픔이다. 
그녀는 왜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는지는 보는 이 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리 선명하지 않다.  처음과 끝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맹목적인 남편찾기의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순이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녀의 노래, 그녀의 몸짓 - 오히려 이것이 눈요기 꺼리이다.  2008년도 식 여성상으로 70년대 식 베트남 영화속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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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 베트남 전쟁을 파노라마로 보여주다
정진영이 진두지휘하는 위문공연단은 전쟁통에 잇속을 챙기며 순이를 이용하는 몰이배 집단이다.  그들이 보는 전쟁은 평화로 위장한 돈벌이 그 자체 이며 반드시 살아나가야하는 밑바닥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영화적 웃음에는 관객 마음속 저 끝에 존재하는 전쟁의 두려움을 불편하지 않게 안심시켜 준다.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는 그럴싸한 전쟁의 현실을 말해준다. 
위문공연단에 환호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우리 아버지들이 자화상이다.  함께 춤추고 노래부르면서 전쟁의 노고를 잊어가는 군인들의 모습에서 휴머니즘을 느끼는 정도이다.
32만명 파월 군인. 이들 한분 한분속에 녹아있는 휴먼 드라마가 어찌 한편의 영화로 끝이 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가슴 찡한 드라마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순이의 결론에 동의하기 쉽지않다
영화로 끝을 치닫을 즈음, 관객은 순이 속으로 동화되어 간다.  그의 과감한 변화가 정당하다는 감정이 이입될즈음 순이는 왜 베트남으로 갔는지 알 수 있다.  (스포일러상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는 쓰지않겠다)
관객에 따라 차이가 있으리라.  남자는 갸우뚱, 여성은 대단히 동의하는 성적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다.   연령별 시각에 따라서도 결론의 해석은 차이가 있으리라.
드라마적인 요소가 그리 많지 않기에 순이의 결론은 어쩌면 다소 어뚱하고 단순하다.  구지 그 원인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는 감독의 의지일수도 있다는 생각과 맹목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준익 감독이 선사하는 한편의 전쟁 이야기는 라디오스타처럼 드라마적인 요소는 적으나 긴장감을 놓치않는 강한 메타포가 있다.
수애의 연기도 과거처럼 어색하지 않고 70년대와 2008년도 여성상을 잘 버무린 무리없는 변화였다.  정진영의 만만치 않은 내공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대단한 신파였을 것이다.  
백점을 주기는 어려우나 2008년도 식 전쟁 드라마의 주제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퓨전 식 볼꺼리는 선사하고 있다.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가 계속 웅얼웅얼거려진다.
- jeremy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