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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3류 뺀질이의 독립운동가 변신기

jeremy797 2008. 10. 4. 08:27

일제 강점기에 모던보이란 어떤 사람일까.   3류식 해석이라면, 경성시내를 주름잡던 당대의 카사노바!  이보다 약간 세련된 표현이라면 시대를 앞서간 트렌드 세터!

영화 제목이 모던보이라도 일제시대가 배경이니 분명히 독립운동과 관련된 스토리라인을 연상했다.

 

일제 시대의 모던보이를 지금 현실로 옮겨보면 잘나가는 강남 졸부의 아들로 펑펑 돈을 써대는 <뺀질이 지식인> 정도가 아닐까.  여색을 밝히고 문화적 낭만을 즐길 줄 아는..

그런 뺀질이가 운동권 여인과 사랑에 빠져 이데올로기나 정의감은 없으나 맹목적 사랑에 눈이 멀어 어느날 갑자기 촛불을 들었다.

 

이 영화의 대강의 스토리라인이 그렇다.  이해명(박해일분)과 조난실(김혜수분) 3류 카사노바와 위장 잠입 독립운동가로 만나 우스꽝스런 러브 라인안에 독립운동을 양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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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어폰어타임을 시작으로 일제시대의 독립운동은 어느덧 우리 문화에서 그리 무겁지 않은 영화 소재가 되었다.  흔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의 문화적 코드는 비밀이 숨어있는 내밀한 정의감일지도 모르겠다. 모던보이의 조난실은 그런 독립운동가이다. 

그에게 반한 이해명은 총독부에 근무하며 일본인이 되는 것이 소원인 당시로서는 친일이 체질화된 3류 지식인이다.   그가 누비는 경성의 밤은 마치 담배연기 자욱한 파리의 옛 까페의 정취처럼 음악과 춤이 섞여있는 투박하면서 경쾌한 전율이 감도는 긴장의 도시다.

 

혜수의 춤과 노래 그리고 박해일의 능청스런 연기로 풀어가는 초반의 코믹함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독립운동과 러브라인의 불충한 만남은 웬지 어색하다.   그에게는 돈과 미래가 버젓히 있는데 사랑만 가지고 이데올로기도 없이 몸을 던지려고 하는 감정과 사상의 불균형은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항일과 독립운동을 가지고 코미디도 아닌 것이 드라마도 아닌 것이 어정쩡한 퓨전에 그치고 말았다.  원스어폰어타임이 코미디에 조금 더 비중을 두었다면 모던보이는 드라마에 쪽에 조금더 치우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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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어폰어타임의 하루꼬(이보영분)는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지만 모던보이의 조난실은 일본어로 부른다. , 모던보이는 왜색이 매우 짙다. 그러다보니 관객의 비난을 예상해서 일까, 억지스런 독립운동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애매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친일 3류 지식인을 1류 항일 운동가로 개조시킨 독립운동가 여성의 희생기가 이 영화의 주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소재는 선악구도와 계몽주의적 결말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웃음과 감동의 애매한 절충은 일제시대라는 카리스마에 묻힌 타협의 결과물이다. 

 

전쟁을 소재로한 명작 <인생은 아름다워>는 희극과 정극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관객의 눈물샘을 완벽하게 쏟게 만들었다.  주제가 전쟁이라도 풀어내는 방식과 드라마적 장치에 따라 얼마든지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영화도 일제시대를 소재로한 장르와 스토리에 대한 포용력이 매우 넓어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본다면 모던보이는 꽤나 잘빠진 영화이다.

이왕 전후세대가 벌리는 발칙한 상상이라면 선악구도의 선형적인 앵글에서 벗어나 보는것도 좋지 않았을까.  김혜수박해일이라는 명배우의 초대가 더 빛이 났을텐데 ..

 

두서없이 가져보는 어설프 트집잡기였다.  볼만한 영화라는 점에 평점 3.5는 줄 수 있다.  김혜수박해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노래와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