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플랫폼 전문가 그룹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하였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Yes24등 도서동맹(예스24, 알라딘등 도서업계가 공동출자하여 만든 한국이퍼브에서 만듬)이 런칭한 전자책 “크레마”의 미래.  (토론의 발제는 크레마의 탄생에 일익을 담당한 예스24의 이선재본부장이 맡았다)

 

미국에서 잘 팔리지만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몇가지 아이템 중 하나가 ‘전자책(e-Book)’ 분야이다. ‘한국에서는 왜 안될까’ 하는 개인적 의문과 콘텐츠 업계의 종사자로서 동변상련의 심경으로 토론회에 참석하며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해법을 찾고 싶었다.(전자책도 콘텐츠 라는 측면에서 '한수' 배우기 위해 전자책 플랫폼에 영상 분야의 고민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통섭의 관점에서 참석하게 되었다) 

 

전자책의 대명사는 아마존의 ‘킨들’이다. YES24를 필두로 도서업계가 동맹하여 만든 전자책 크레마는 킨들을 통합적으로 벤치마킹 해서 만든 작품이다. 전자책의 대부 격인 킨들은 하드웨어나 비즈니스 모델 등 전분야에서 수년간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토론회의 초입엔 킨들에 대한 평가로 워밍업 시간을 가졌다. 킨들은 하드웨어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아마존의 전자책 플랫폼을 통칭하기도 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4세대를 거치면서 킨들과 킨들 파이어로 분화되었고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의 킨들은 안드로이드, IOS 를 포함한 모든 스마트모바일 단말 안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자체만으로도 1천만대 이상(킨들, 킨들파이어를 합쳐서) 이 팔렸고 킨들 앱 까지 합치면 전자책의 생태계는 2천만을 육박한다.

 

지난 4년 동안 아마존의 전자책은 전체매출인 48조의 11.2% 수준인 5조 수준으로 성장했다. (여기서 질문 Yes25의 전자책 매출은 전체 매출의 어느정도 일까? 실제 토론회 때의 질문이기도 하다. 답변은 말미에 하기로 하자)

 

필자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은 킨들이 지난 4년간 펼쳤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 (이런 모델들은 영상 분야에서도 배울만한 것들이다)

 

 일반 책을 그대로 전자책으로 변환하기도 하자만, 단말기에 적합한 형태로 변영한 킨들 싱글즈(1~5불짜리 30~90 페이지 짜리의 전자책) 와 자유롭게 기간을 선택하여 대학 도서를 렌탈하여 구독할 수 있는 킨들 텍스트북 렌털 서비스, 프라임 고객들이 공짜로 전자책을 대여할 수 있는 Lending Library 와 같은 서비스들은 전자책의 활성화에 기여한 모델들이다. 이러한 모델들은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연구하고 제시하는 아마존의 철학과도 닿아있다. (사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다양성은 다양한 실험과 구축을 반복하는 성공기업의 혁신성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


 도서 작가들에게 이익의 70%를 돌려주면서 전자책의 출간을 촉진한 Kindle Direct Publishing 과 같은 전자책 에코 시스템 구축 전략도 성공 해법의 중요 축으로 지적된다.

 

킨들은 4년 동안 이북 플랫폼으로써 킨들 이라는 ‘하드웨어 상징성’으로 전자책의 시장을 열고 스마트 모바일의 확산에 따라 킨들 앱이 정비례로 증가하면서 시장 사이즈를 만들었다. 이 사이즈 안에서 미국에서 출간되는 전체 도서의 10% 수준으로 이북이 병행 출간되고 수백만권의 독자 이북이 생산되면서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시장의 사이즈가 절대적으로 작다는 측면은 주지의 사실. 혹자는 볼만한 이북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할것이다.

 

크레마와 같은 섹시한 전자책이 출시되었다면 킨들처럼 날개 돋힌듯 팔려야 맞다. 하지만 년간 전자책의 판매 전망은 토탈 이십여만대 그친다.

 


왜 전자책 하드웨어가 팔리지 않을까? 라는 주제가 토론의 핵심은 아니었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첫째, 문화적 요인. 즉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종이책이 주는 심리적 가치를 버리지 못하는 보수성 (IT 관점에서 보자면) 이 존재한다.  디지털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에서 40대 이상에서부터 전자책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와는 달리 한국의 전자책은 20대의 기술애호가 집단에부터 소비자 일어 난다는 점이 큰 차이.

 

두번째로는 개인형 단말기가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해 공짜 또는 저가형으로 보급되는 “보조금 단말” 현상 때문에 이용자들은 웬만한 저가형 디지털 기기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측면도 지적되어야 할것이다. (개인적 판단이니 참고만 하기로 하자)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 한국 전자책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 문제는 “도서정가제” 라는 규제 이슈였다. 


2003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 이고 YES24 와 같은 온라인 서점들의 도서 할인폭을 10%로 제한하는 규제이다.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을 막아, 도서점등을 보호하기 위한 이 제도가 전체 도서에도 적용되지만 전자책 분야에도 적용된다는 것.   

(콘텐츠 산업은 어떤 분야라도 규제 영역이 존재한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편과 유통하는 편 사에서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어느편을 보호하거나 육성해주기 위한 규제 또는 진흥 정책이 도입된다.  도서/출판 업계의 도서정가제도 대표적 규제정책으로 보인다)

 

한국의 도서 가격은 출판사가 결정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도서점에서 결정한다. 아마존도 가격 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 결국 출판사가 한국의 도서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데 도서정가제는 이 산업 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규제이다. (관련 글 보기)

 

미국의 아마존이 48조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초기 온라인 도서 시장을 열기 위한 가격 할인 마케팅을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원클릭 이라는 책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특히 당시 미국의 오프라인 도서점에 부과했던 지방세등 특정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도서점의 공간적 잇점을 이용하여 그 이익분을 모두 할인에 올인했다.  전자책의 촉진을 위해서 가격 할인을 활용하고 출판 시장의 메이저와의 기 싸움에서 콘텐츠의 생산량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아마존의 산업적 파워가 만들어졌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의 도서시장은 도서정가제와 같은 구시대적 규제와 출판사와 도서점들이 자신들의 손과 발을 서로 못 움직이도록 붙잡아 과격(?)한 경쟁은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현재의 1위는 영원한 1위를 누릴 수 있고 시장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플레이어는 등장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가 되었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에서 예스24등 도서 동맹이 만든 크레마터치는 작은 목소리로 혁신을 외치고 있다. 


크레마 터치는 킨들 터치와 마찬가지로 e잉크 디스플레이어를 탑재했다. 6인치 크기와 다른 전자책과 비슷한 215g의 무게를 가지며 이용자들의 반응은 자체 발광이 없고 반사되는 빛이 적어 시안성이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에 국내에 출시된 전자책과 비교해보면 터치감이나 e잉크의 기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도 많다.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를 채택하였고 킨들에도 있는 클라우드 기능(WhisperSync)을 채택하여 다른 기기에서도 이어서 볼 수 있다.

 


(크레마의 개발 기간이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정도 수준의 전자책의 만들어 내기 까지 기획, 개발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앞서 설명한대로 미국의 킨들은 하드웨어와 킨들 앱이 정비례로 증가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의 전자책은 하드웨어 전자책의 확산 속도는 앱의 전파 속도에 뒤쳐질 수 있다.

결국 크레마는 하드웨어 완성 수준도 높여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자책 플랫폼의 성숙도를 높이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LTE나 태블릿등 스마트모바일 증가에 따라 전자책 앱의 확산이 정비례해야한다.   전자책 콘텐츠의 다양성도 두말하면 잔소리.   예스24는 이를 위해 아마존과 유사한 콘텐츠 모델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토론회 발제자의 주장이다.   예스24의 이용자 중 헤비유저 집단이 여는 지갑의 돈이 매우 크다고 한다. (그 수치를 여기서 밝히기는 어렵다.  기업 정보 일수 있으므로)  이 집단을 전자책 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마케팅도 필요하겠다.  

 

도서 정가제로 각자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산업 구조에서 전자책 시장을 키우기 위한 동맹 세력들의 굳건한 제휴도 필수적이다. 


크레마는 예스24를 필두로 알라딘, 반디앤루니스등과 연합하여 기획되었고 넥스트파피루스가 하드웨어 제작을 담당하고 한글과 컴퓨터가 뷰어개발을 맡은 일종의 "동맹 모델" 이다.  이런 점에서 이미 전자책 업계는 한배를 탄것과 같다.  크레마는 기존의 전자책이 자사의규격으로 만든 전자책만을 이용했던것과는 달리 동맹 회사들의 전자책을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고객 접점을 함께 넓혀보자는 전략이다. 


전자책이 성장하면 종이책이 죽을까? 이것만큼 우문도 없다. “책을 읽는 방법을 달리 제시하니 책을 더 많이 읽더라!” 이것이 전자책의 사명이다. 킨들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첫 번째 고객으로 공략하였다. 시장에 던져진 크레마는 어느 방향으로 항해를 할까? 


전자책은 일반 책과는 달리 디지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전자책의 성장은 연쇄적으로 다른 디지털 콘텐츠의 촉진을 돕니다. (그 반대도 성립된다) 킨들의 앱스토어와 킨들 파이어가 좋은 사례이다. 책이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용자들은 영상이나 게임 처럼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를 교차해서 이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이 전자책이 되는 순간 본래의 도서 시장과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연결적 사고가 전자책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 지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이런 질문을 했다. 예스24의 전자책 매출은 얼마나 될까? 기업의 비밀을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아직 한자리 숫자 (전체 매출의 비중이) 라는 점. 그러나 크레마가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것으로 믿는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열정과 헌신이 곧 시작이기 때문이다. 크레마가 한국의 킨들이 되어주길 연관 콘텐츠 업에 종사하는 1인으로 희망해본다.   


사족 :  

크레마는 <갓 내린 에스프레소 위에 생기는 황금색 거품> 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크레마의 브랜드 슬로건은 "책을 테이크아웃하다" 이다.   크레마가 커피와 연관이 있는 단어이다 보니 .. 테이크아웃.. 을 사용한것 같다.   사견 이지만 슬로건이 너무 어렵다.  '책' 자체가 mobility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테이크아웃'은 웬지 감흥이 오질 않는다.   본격적인 매스마케팅을 펼치려면 크레마의 브랜드 슬로건 부터 손 봐야하지 않을까.. (철저히 개인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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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eremy797
제레미는 '업'으로는 미디어로 먹고살며 IT의 미래를 고민한다. '생'으로는 여행, 운동, 걷기, 캠핑, 커피, 독서 등등을 즐긴다. 제레미의 '생각저장소' 는 '업'에 관한 고민과 소소한 일상을 모두 담고있다. jeremy797@gmail.com / twitter : @comi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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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다만 전자책 즐겨읽는 독자로서 한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의 더 큰 문제는 컨텐트의 부재라고 봅니다. 저는 (다수의 전자책 독자들도 마찬가지) 기능이 훌륭한 기기(킨들, 크레마 포함)를 가지고 있고, 종이책에 대한 미련도 별로 없고, 읽고 싶은 책은 비싸더라도 정가구입할 의향이 있습니다만 정작 서점들을 기웃거려 보면 읽고 싶은 도서의 전자책 판이 절대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평생의 필독도서 100권"이라는 가상의 리스트를 가정할 때 (고전, 현대문학, 인문, 사회, 과학 등 각종 분야의 좋은 책들) 누가 그 리스트를 작성하더라도 그 중 국내서점에서 전자책으로 구입 가능한 것은 10권을 넘지 않을 겁니다. 나머지 90권은 종이책으로 읽거나, 불법 스캔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반면 아마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리스트에서 90권 이상을 전자책으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크레마 기기를 훌륭하게 만든 분들은 참 대단합니다만, 뒷받침하는 컨텐트가 없는 한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엄청난 명품 서재를 만들었더라도 채워 넣을 책이 없다면 텅 빈 책장에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 또는 책이 가득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면 처음에 호기심으로 찾아왔던 사람들도 결국은 발길을 끊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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