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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 및 양방향 서비스

어얼리어댑터가 주는 디지털 긴장감

jeremy797 2008. 12. 12. 08:53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방송과 같은 서비스들은 기획자의 마인드가 아무리 앞서있어도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기획의 결과물을 100%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고객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등을 통해 몇차례 고객의 입장에서 튜닝을 하게 된다.  베타테스트는 온라인 서비스에는 일반화되어 있고 디지털방송에는 시험방송과 같은 형식으로 고객의 반응을 점검하기도 한다. 

 

최근에 필자는 신제품 PVR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낯뜨거운 경험을 하였다.  PVR 서비스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셋톱박스에 녹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아야 할 프로그램을 검색하고 얼마나 쉬운 방식으로 녹화를 하느냐가 서비스의 핵심이다.  LG 타임머쉰이나 미국의 티보와 같은 선행 서비스들을 여러 차례 벤치마킹하였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수동적으로 EPG(전자프로그램가이드)를 찾아 녹화하기 보다는 매주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시리즈 드라마등을 한곳에 모아 <시리즈 녹화> 메뉴를 신설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몇가지 편의성을 장치하여 고객들에게는 매우 쉬운 방식의 녹화 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출시 후 몇주가 지난 상황에서 어느 고객이 PVR 서비스 사용기를 구구절절히 보내왔다.  그분은 필자가 속한 회사의 제품을 SD,HD,PVR, 전화기 까지 모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분의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들은 최신형 HD TV와 서라운드 스피커와 전화기의 연결등 어얼리 어댑터 중에서도 특히 영상과 통신 기기에 많는 투자를 하고 있는 고객이었다.

 


이 고객이 보내온 편지는 PVR 서비스의 문제점으로 빼곡히 적혀있었다
.  어얼리어댑터가 지적하는 몇몇 문제들은 사실 대단히 고기능이거나 복합적 니즈일 경우도 많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고객의 딸 아이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면서 PVR 서비스를 쓰는 터라 10초 뒤로 감기 버튼, 일시 멈춤 시 영어 자막을 가리는 UI에 대한 신랄한 비판등은 100% 타당한 지적들이었다.

 

보통 어얼리 어댑터는 신제품이 나온 후 수일 내에 반드시 사고야 마는 집단으로 한국에는 3만명 정도로 추산을 한다.  이들에게 신제품이 명성을 얻을 경우 그 뒤를 따르는 태기 집단 그리고 후기 수용자층으로 확산된다고 한다.  이들의 눈도장은 신제품 출시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early adopter로 시작되는 제품의 확산 곡선

고객이 보내온 편지로 통과의례를 톡톡히 치루면서 몇가지 반성을 해본다.

기획자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나 사업 계획에 정신을 빼앗기곤 한다. 

내가 만든 결과물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고 나는 수많는 검증 작업을 통해 고객의 마인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는 지나친 자만이다.  특히 자신이 생활속에서 직접 써보지 않고 회사나 조직 안에서만 만지작 거리면서 제품을 만들다보면 이런 오류의 발생 확률은 100%가 아닐까.

 

기획자 스스로 제품 자체에 미치는 혼이 필요하다.  자신이 직접 어얼리 어댑터가 되어보지 않고는 고객의 니즈를 이해했다고 하지 말아야할것이다.

아울러 어얼리 어댑터들의 따끔한 충고를 온전하게 수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나도 알고 있었어.. 개발자가 안 도와주어서 어쩔 수 없잔아.. 당신 참 잘났다..”

이런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는 몰락의 길이다.

 

새로운 자각의 기회를 준 어느 어얼리 어댑터 고객에게 가족 식사권이라도 선사하고 후배사원들을 그 댁에 보내 몇수 더 배워오게 하려한다.  디지털이나 IT는 출렁거리는 파도와 같다.  내가 믿고 있는 트렌드나 고객의 마음이 수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것이다.